업무 우선순위가 살아 있는가? (feat. 기록의 중요성)
우선순위가 살아 있는지 대보는 열 문장. 점수를 매기는 대신 거짓인 문장 하나를 골라 이번 분기에 참으로 바꾼다.
우선순위 문서가 없는 조직은 드물다. 분기마다 목록을 만들고 순위를 매기고 공유한다.
다만, 우선순위가 살아 있는 것은 다르다.
**우선순위가 살아 있는지는 목록을 봐서 알기 어렵다. **
그 목록이 무엇을 막아 냈는지를 봐야 안다. 아래 열 문장을 자기 조직에 대본다**. 참인 문장의 개수를 세는것이 아니라, 거짓인 문장이 어느 쪽에 몰려 있는지를 확인해보자. **

1. 지난 분기에 하지 않기로 정한 일을 이름(항목)으로 댈 수 있다.
우선순위는 할 일의 순서가 아니라 안 할 일의 목록이다. 이름이 안 나오면 순서만 매긴 것이다. 순서는 자원이 모자랄 때 저절로 무너진다. 무너지는 날 무엇을 버릴지는 그때 회의실에 있던 사람이 정하게 된다.
2. 그 일을 하던 사람이 이 일을 접었다는 사실을 안다.
접는 결정은 결정한 자리에 남고 하던 자리로는 잘 안 내려간다. 하던 사람이 모르면 그 일은 목록 밖에서 계속된다. 목록에서는 지웠는데 시간은 그대로 쓰이는 상태가 제일 나쁘다. 아낀 줄 알고 그 자리에 새 일을 또 얹기 때문이다.
3. 1순위를 미루자고 말한 사람이 최근에 있었다.
반대가 한 번도 없는 우선순위는 합의된 것이 아니라 관심 밖에 있는 것이다. 순위를 정하는 일은 누군가의 분기를 가져가는 일이라, 살아 있으면 아프다는 말이 반드시 나온다. 조용하다면 다들 목록과 무관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일 때가 많다.
4. 새 일이 들어올 때 나간 일이 있다.
총량이 고정돼 있지 않으면 그것은 우선순위표가 아니라 접수 대장이다. 위에서 내려온 일이 맨 위에 얹히기만 하고 아래에서 아무것도 안 빠졌다면 그 분기의 우선순위는 아직 안 정해진 것이다. 결국 빠지는 것은 맨 아래에 있던 일이 아니라 목소리가 제일 작은 쪽의 일이 된다.
5. 순위가 바뀐 날과 바꾼 이유가 한 곳에 문서로 적혀 있다.
바뀌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바뀌면 순위도 바뀌어야 한다. 이유가 안 남으면 다음 분기에 같은 논쟁을 처음부터 다시 한다. 기록이 없는 조직에서는 가장 최근에 크게 말한 사람의 기억이 근거가 된다.
6. 2순위와 3순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1순위는 대개 맞는다. 다들 아는 것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판이 무너지는 자리는 중간이다. 중간의 근거가 없으면 실제 배분은 순위표가 아니라 요청이 들어온 순서와 목소리 크기로 정해진다.
7. 목록에 없는 일이 실무자의 하루를 얼마나 가져가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목록에는 새로 만드는 것만 올라간다. 시간은 운영과 문의 대응과 다른 팀 지원으로 나간다. 이 몫을 모른 채 세운 계획은 언제나 늦는다. 늦은 원인이 매번 달라 보이는 조직은 대개 이 몫을 한 번도 재 본 적이 없는 조직이다.
8. 순위를 정한 사람과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 같다
정하는 자리와 책임지는 자리가 갈라지면 우선순위는 요청 목록이 된다. 요청은 거절 비용이 낮아서 계속 늘어나고,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의 비용과 부담은 배가 된다.
9. 지금 1순위가 끝났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한 문장으로 적혀 있다
완료 조건이 산출물로만 적혀 있으면 다 만들고 나서도 됐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 다음 순위를 정할 때 지난 분기가 근거로 안 쓰인다. 우선순위를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조직은 대개 여기서 끊긴다.
10. 목록에서 사라진 일을 누가 언제 뺐는지 누구나 볼 수 있는 문서나 기록으로 찾을 수 있다
추가는 회의를 거치고 삭제는 안 거치는 조직이 많다. 조용히 빠지는 일이 반복되면 아무도 목록을 안 믿게 된다. 믿지 않는 목록은 있어도 안 쓰이고, 실제 우선순위는 각자의 머릿속으로 옮겨 간다.
정확한 개수를 세지 않는 이유
몇 개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기준을 붙일 수 있으면 편하겠지만 그 숫자는 근거가 없다. 조직마다 어느 문장이 급소인지가 다르다.
대신 이렇게 쓴다.
거짓인 문장 중에 제일 고치기 쉬워 보이는 것 하나를 고른다. 그것 하나만 이번 분기에 참으로 바꾼다.
열 개를 한꺼번에 손대면 문서만 늘고 판단은 그대로다.
참으로 바꾸면 잃는 것
열 문장은 대부분 문서 한 장이면 참이 된다.
안 하기로 한 일을 적고, 뺀 사람과 날짜를 적고, 이유를 한 줄 남기면 된다.
그런데 잘 안 한다.
어려워서가 아니다. 적는 순간 누군가에게 안 한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말을 안 해도 된다.
목록에 남겨 두고 아래로 내리면 거절이 아니라 대기가 된다. 대기에는 아무도 화내지 않는다. 기록하기 시작하면 그 갈등이 분기 끝에서 분기 시작으로 당겨진다. 조용한 분기를 잃는 대신 같은 논쟁을 두 번 안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