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아닌 내가 AI로 쇼핑몰 템플릿을 만든 방법 (3)
AI 22개를 병렬로 돌린 뒤의 회고.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깨졌는지, 그리고 반복해서 나타난 하나의 원리를 정리했다.
이 글은 무엇인가
1편은 하나 만드는 법, 2편은 그걸 수십 개로 병렬로 돌린 법이었다. 이 글은 그래서 뭐가 잘 되고 뭐가 깨졌는지의 기록이다. 자랑보다 실패가 더 쓸모 있다고 믿어서, 안 된 것도 그대로 적는다.
먼저, 솔직히 잘 됐다
기대보다 훨씬 잘 나왔다. 그리고 잘 된 이유를 드러보면, 앞 두 글에서 말한 게 그대로 증명된다.
- 일관성이 살아있었다 — 22개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든 것처럼 따로 놀지 않았다. 규격을 먼저 박은 덕분이다
- 속도가 비교가 안 됐다 — 순차로 했으면 며칠질 걸 하룻밤에 끝냈다
- 내 손이 거의 안 들었다 — 지휘 구조를 세우고 나선, 자는 동안 돌았다
근데 깨진 것도 있다
자랑만 하면 따라 할 수가 없다. 병렬로 돌릴 때 실제로 걱려본 것들이다.
1. 가끔 기준을 미세하게 벗어난 작업자가 있었다
대부분은 규격을 지켰는데, 몇 개는 미묘하게 색이나 간격이 틀어졌다. 혼자 돌릴 때는 바로바로 잡는데, 병렬로 돌리면 다 끝난 뒤에야 보인다.
여기서 배운 것. 병렬의 대가다. 동시에 많이 돌릴수록, 틀어진 걸 중간에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기준을 더 단단히, 더 구체적으로 박아놓았어야 했다. "알아서 잘"이 남아있을수록 병렬에서 터진다.
2. 끝난 것을 모아 보기 전까지 진행 상황을 몰랐다
각자 돌고 있으니, 중간에 누가 어디까지 갔는지, 누가 막혔는지 보이지 않았다. 끝나야 "아 이건 메없네"가 나왔다.
여기서 배운 것. 지휘하는 쪽에 "진행 상황을 중간중간 보고받는" 장치가 필요했다. 병렬은 빠른 대신 눈을 가린다. 속도를 얻으면 가시성을 잃는다. 다음엔 중간 체크 지점을 두겠다.
3.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의 기록이 엷었다
결과물은 22개 나왔는데, 각각을 만들면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남지 않았다. 밤새 돌아서 만들어진 손은 빨랐지만, 그 과정이 기록으로 안 쌓였다.
여기서 배운 것. 이건 내 매니페스토(만든 것을 남겨 둔다)와 정면으로 부딪혀다. 결과만 빨리 뽑는 건 쉽지만, 관점을 남기려면 과정도 같이 남겨야 했다. 다음엔 각 작업자가 판단 근거를 간단히 남기게 할 생각이다.
반복해서 보이는 하나의 원리
세 편을 관통하는 게 하나 있다. 잘 된 것도, 깨진 것도, 결국 기준(제약)을 얼마나 먼저, 얼마나 구체적으로 박았는가에 달려 있었다.
- 파이프라인(1편)이 잘 된 건 규격을 먼저 박아서
- 오케스트레이션(2편)이 된 건 지휘하는 쪽이 기준을 통일해서
- 그리고 깨진 것들은 전부 기준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았거나, 기준을 중간에 확인할 장치가 없어서
결국 AI를 잘 쓰는 건 더 영리한 프롬프트를 쓰는 게 아니라, 제약을 설계하고 그 제약이 지켜지는지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고 개발자도 아니지만, 제약을 설계하는 일은 할 수 있었다. 그게 이 세 편의 진짜 결론이다.
정리
- 잘 된 이유도, 깨진 이유도 전부 기준을 얼마나 먼저 · 구체적으로 박았는가로 설명됐다
- 병렬은 속도를 주는 대신 가시성을 가져간다 — 중간 체크 장치가 필요하다
- 결과만이 아니라 판단 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관점이 쌓인다
- AI를 잘 쓰는 건 프롬프트 싸우지적이 아니라 제약 설계다
-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아니지만, 제약을 설계하는 일은 할 수 있었다
이 세 편은 만들면서 정리한 기록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물보다, 그걸 만들어낸 생각의 순서가 남겨지길 바란다.